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단독] 누가 이병헌의 역사적 순간에 '논란'을 끼얹나 [여기는 칸]
등록일 2021-07-17 조회수 90





논란은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고, 거기에 대한 대처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을 때 '논란'이라 부를 수 있다. 정확한 팩트를 파악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다수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분명한 상황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누가 이병헌의 영광에 '아리가또'를 뿌리나.



배우 이병헌은 16일 오전 10시 50분(이하 현지시각)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상선언' 포토콜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아리가또"라는 한 외신 기자의 인사에 실소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논란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과연 타당한가.



본지는 칸 영화제 현지 취재 중이며, 현장 상황 역시 취재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종의 '해프닝'에 불과하다. '논란'이라는 말은 국내 배우 최초로 전 세계적인 무대에서 폐막식 시상자로 나서는 이병헌의 역사적인 순간을 퇴색시키는 것이기에 적절하지 않다.



이병헌은 오래전부터 꾸준한 노력으로 할리우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동양의 변방이라 여겨지던 시기,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이 지금과 같지 않을 때 그는 맨몸으로 부딪혀 능력을 입증하고 신뢰를 차근차근 쌓았다.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4관왕을 석권하며 한국영화 위상을 높였지만, 우리는 이 전에 이병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 그의 노력이 한국 영화를 신뢰하는 데 토양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터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16년 전인 200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당시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과 생애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이병헌이라는 좋은 배우가 한국에 있음을 드러냈고, 당시를 계기로 현재 미국 에이전트인 CAA와 손잡았다.



올해 이병헌은 한국인 배우 최초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무대에 시상자로 나선다. 2년 2개월 만에 열리는 영화제인 만큼 레오 카락스, 웨스 앤더슨, 션 베이커 감독 등 쟁쟁한 작품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화려한 배우, 감독들이 뤼미에르 극장 객석에 앉아 이병헌의 입에 주목할 것이다. 그가 어떤 부문 시상을 하게 될 지 알려진 바 없지만, 주요 부문 시상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병헌은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 초청작 '비상선언' 주연배우이기 이전에 최초 폐막식 시상자 자격으로 칸에 왔다는 점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는 한국 영화사에도 최초로 기록될 쾌거다. 봉준호 감독이 개막을 선언하고 이병헌이 문을 닫는 역사적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충분히 의미 있고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국내 취재진이 많이 현지 취재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유럽, 미주의 경우 정말 많은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취재하는 분위기다.



칸 영화제의 포토콜은 레드카펫 행사와 다르다. 레드카펫은 상영 전 깔린 레드카펫을 걸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행사지만, 포토콜은 정해진 스폿에서 포즈를 취하는 포토 행사다. 이러한 점이 국내 영화제와 차별된다. 여기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 전 세계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칸에는 각국 취재진이 자리한다. 다양한 국가, 인종 등이 한데 모여 영화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서로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축제의 장인 것이다.



물론 이병헌 이름 석 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객이 기억하는 이름이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도 포토콜에서 나라를 헷갈려서 다른 언어로 인사를 전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전에 어느 나라 작품인지 숙지하고 포토콜에 임한다면 더욱 프로다운 자세이겠지만,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은 한 번이라도 현지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라면 짐작할 수 있을 터. "아리가또"라고 했다 해서 '논란'이라는 표현을 붙일 만큼 비판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병헌의 입장이 아닐까. 그는 지금처럼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16일 칸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병헌은 "폐막식 시상을 앞두고 떨린다. 한국어로 인사를 해야 할지, 불어로 할지, 영어로 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시상자로 나서는 일은 늘 조심스럽기에 많이 긴장된다"며 부담감을 숨기지 못했다. 어디선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을 그에게 '논란'이라는 표현은 본인이 누려야 할 영광을 퇴색시키는 말이다. 특히 자국 언론이라면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병헌은 숱한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다수 레드카펫에 오른 경험이 있다. 국내에서 '왜 우리 배우한테 일본어로 인사를 해'라며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에서는 논란이라 일컫지만, 해외 영화제는 국내와 다르다. 이를 잘 아는 이병헌은 당시 상황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대수롭게 넘겼을 것이기에, 뒤늦게 확산되는 '논란'에 당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병헌을 응원한다면, '논란'이라는 지적을 멈추고 그가 폐막식 무대에서 칸 영화제의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는 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