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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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병헌, 할리우드 진출 수업료 톡톡히 치렀죠[인터뷰]
등록일 2009.01.12 조회수 1920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요즘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홀로 헤엄치는 기분이다. 뒤돌아보니 이미 많이 와서 이젠 돌아갈 수도 없고, 더 가면 무엇이 나오는지, 온 길엔 뭐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람들이 내가 할리우드행을 택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는 하다(웃음)"

먼 이국 땅 체코 프라하에서 만난 이병헌(38)은 CF 속 소탈하고 편안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지난해부터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감독 김지운)' 할리우드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 감독 트란 안 홍)' '지 아이 조(G.I. JOE, 감독 스티븐 소머즈)'까지 연달아 세 편을 촬영하느라 그는 벌써 200여일 넘게 중국, 미국, 체코 등 해외에서 체류중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새벽 5~6시에 시작되는 촬영일정을 매일같이 소화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그에게서는 전혀 피곤한 기색을 읽을 수 없었다.

"여기(체코)는 한국 사람들이 특히 적어서 그런지 말이 통하는 한국인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며 기자들을 예의 반가운 미소로 맞아준 그는 실은 '할리우드 입성'을 위한 수업료를 이미 톡톡히 치렀다고 고백한다.

"지금은 많이 친해졌는데 미국 촬영 때는 현지 배우들과 서먹해서 늘 촬영장과 숙소만 오갔다. 내 딴에는 영어로 능숙하게 대화할 자신이 없어 '내가 모르는 얘기를 하면 어떡하나'란 걱정에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한건데 그런 모습이 안 좋아 보였는지 한때는 '거만한 한국배우'란 얘길 듣기도 했다(웃음)"는 것.

시간이 흐른 지금은 촬영 후에 배우들과 바에 들러 가볍게 맥주잔을 기울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다고.

최근에는 국내에서 스타급 배우 반열에 오르면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하나의 과정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벌써 데뷔 17년을 넘어선 그가 모든 것이 낯선 타지에서 신인으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결코 녹록지는 않았다.

"'그냥 한국에 있으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텐데'란 생각도 가끔 했다.(웃음) 한참 까마득한 외국배우들과 신인으로 합류해 연기호흡을 맞추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고…. 그러나 어쨌든 배우라는 직업은 늘 변신을 요한다. 자기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하며 발전해가는 배우도 있고 더스틴 호프만처럼 매 작품마다 깜짝 놀랄만큼의 변화를 꾀하는 배우도 있다. 다 각자의 강점이 있지만 나는 늘 변신에 능한 배우이고 싶다"

그가 스스로 '망망대해'라고 표현한 할리우드 진출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동기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영화 '놈놈놈'이 61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작품에 주연배우로 출연한 필모그래피를 갖게 됐다.

당시 영화 상영 후 '이병헌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는 기쁘거나 슬퍼도 눈물은 기어코 참는 편"이라고 재차 강조해 웃음을 자아낸 그는 영화제 참석 당시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바로 10여년 전 영화 '지상만가(1997)'에서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배우 지망생으로 출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받는 상상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시 영화 속 설정과 비슷한 장면이 칸 영화제에서 실제로 연출된 데 대해 이병헌은 "실제 영화제에서 '지상만가'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치더라. 정말 '꿈'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의외로 덤덤한 스스로를 보며 '내가 많이 거만해졌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웃음)"

그를 두고 실제로 '거만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상대적으로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다보니 거만하다는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 하지만 난 할 때는 정말 열심히 한다. 진실하려고 노력했고 한번도 거짓말을 얘기한 적은 없다"는 것.

또,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을 좀더 어필하지 않는 데도 나름의 뚜렷한 신념이 존재한다.

"요즘은 더이상 배우가 신비로울 수 없는 시대라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어느 만큼의 신비로운 영역은 지닌 배우이고 싶다"

물론 그 또한 17년간의 배우 생활을 통해 '신비주의'를 고수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지만 연예인들은 누군가의 말에 입은 상처로 가슴에 굳은살이 박이는 것 같다. 나 또한 양쪽 가슴에 적지 않은 굳은살이 있다"는 것.

하지만 '진심어린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그가 '안주'보다는 '도전'을 택해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

"이 곳에서 촬영할 때 감독에게서 '눈빛연기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내가 늘 듣고싶은 평가인데 너무 자주 얘기해주니까 처음엔 '비아냥거리는 게 아닐까'하는 고민도 했었다(웃음) 지금은 무엇에든 좀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역시 가장 애착이 가는 건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아닌 한국영화 '놈놈놈'이다"

[체코 프라하에서 만난 배우 이병헌.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장서윤 기자 ciel@mydaily.co.kr